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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동주의 경제학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며인간을 합리적 의사결정자 라고 가정한 고전 경제학은 많은 공격을 받아 왔습니다.행동 경제학은 고전경제학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이들을 설명하는 틀을 제공했습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이와 관련된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모건 하우절은 책 서두에 사람들이 돈금융을 어떤 법칙을 연구하는 영역이라 생각하는 반면 심리의 영역을 간과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이 책은 행동경제학에 대한 연구를 담은 책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믿는 창업가에 대 한 신화와 이야기가 얼마나 '운'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여러 번 '강조'합니다.
또한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남는 것' 사이를 메워주는 실제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운 좋게 쌓아올린 부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risk 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며 그것이 우리 심리와 행복에 미치 는 영향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책은 '돈'과 관련된 위험과 효익, 행복과 경험, 운과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설득력 있게 전 달하고 있어 한 번 책을 잡으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의 원인을 공부할수록 금융이 아닌 역사와 심리학의 문제로 볼 때 더 잘 이해된다.
2. 사람들의 투자 성향은 각자가 한 경험의 기초로 만들어진 '운'에 따라 결정된다?
2006년 미국경제조사원 소속의 경제학자 울리케 말멘디어와 스테판 나겔의 연구에 따르면 '투자의사결정은 본인 세대의 경험, 특히 성인 기 초기의 경험에 크기 좌우되었다'(31p) 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성장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채권 투자를 꺼렸고 우연 히 주식 시장이 강세일 때 성장한 사람은 그 반대의 사람에 비해 인생 후반에 가서도 (몇 십년 후에도!!) 주식에 더 많이 투자하는 성향을 보 였다고 합니다.
두 경제학자의 연구가 가장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의 투자 성향을 결정하는 건 지능이나 교육이 아닌 언제, 어디서 태어났 고 자랐느냐 하는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합니다. 그 이해의 틀은 각자가 한 경험을 근거로 만들어집니다. 유한한 인간의 삶에 책 을 읽는 행위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학습함으로써 경험의 폭을 넓혀 그 이해의 틀을 넓혀가는거라 전 이해하고 있 습니다. 세상을 하나의 창으로 보는 건 매우 편하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길입니다만 그것은 편협한 사고로 이어지기 일쑤입니다.
3. 운과 재능을 타고난 빌게이츠
타고난 집중력과 뛰어난 머리를 가진 MS의 창업자 빌게이츠가 다녔던 중등학교에는 컴퓨터가 있었습니다.지금은 한국에서 거의 모든 학 교에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지만 빌게이츠가 자란 시대 미국에서 컴퓨터가 있는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빌게이츠는 좋은 부 모님을 만나 컴퓨터가 있는 중등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빌게이츠는 13세에 같은 학교에서 훗날 MS의 공동 창업자 가 될 폴 앨런을 만나 컴퓨터에 깊게 매료되었습니다.
빌게이츠의 사례는 유리한 출발선(운)과 재능이 결합된 좋은 사례입니다.
4.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남는 것]
1). 탐욕의 사례, 라자트 굽타와 버니 매도프(Bernie Madoff)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나 10대 때 고아가 된 라자트 굽타(Rajat Gupta)는 40대 중반에 맥킨지의 CEO가 되었고 2007년 은퇴한 후 UN 과 세계경제포럼에서 직책을 맡고 빌게이츠와 함께 자선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그는 50살이 되기 이전에 자수성가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인재습니다. 그후 굽타는 골드만삭스 이사회의 구성원이 되었는데 그의 탐욕은 끝을 몰랐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내부 정보 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해 더 큰 돈을 벌려고 했으며 이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가게 됩니다. 성공 가도를 달려온 그의 커리어는 이 렇게 끝이 나버렸습니다.
합법과 탈법의 경계에서 거액의 돈을 번 버니 매도프(Bernie Madoff)는 크게 성공한 사업가였습니다.그 역시 끝없는 탐욕으로 결국 몰락 의 길을 걸었습니다. 두 사례 모두 인생 모두 충분한 돈과 명예가 있었음에도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동'을 하며 더 큰 부를 늘려나가려고 했습니다. 모건 하우절은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내가 필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내가 가진 것,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걸 이유는 전혀 없다.
2). 소비의 골대 세우기
젊었을 적 세운 자신의 소비 골대를 소득이 높아진다고 급히 옮기는 것은 생의 행복도를 빨리 떨어뜨리고 소비로 인한 효용을 급격하게 하락시킵니다.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간접적으로 겪는 일입니다.
생활 양식의 골대를 설정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낮은 수준 의 생활 양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모건 하우절은 자신의 삶을 빗대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나를 기쁘게 하 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깨닫는 것입니다.
제 주변에는 '돈 버는 일 외에는 즐거운 게 별로 없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돈 외에 뚜렷하게 자신이 좋 아하고, 희열을 느끼고, 깊이 탐구하고자 하는 일이 없다는 점입니다.모건 하우절이 이야기했듯이 돈이 좋은 건 '내가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 입니다.
여기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돈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책 149~50p) : 노인학 연구자 칼 필레머는 그의 책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에서 미국에 사는 노인 1,000명을 인터뷰하고 그 들이 수십 년의 인생 경험을 통해 배운 교훈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고 합니다.그들 중 (현재 상태 보다) 더 많이 가지는 게 진짜 성공이라 고 말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실제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좋은 우정을 나누고, 개인의 안위보다 더 큰 뜻을 위한 일에 참여하는 것, 자녀와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등이었습니다.
3). 생존 전략 - 꾸준히 살아남는 것-
세계적인 투자가 워랜버핏의 현재 자산의 93%는 60대 중반 이후에 축적된 것이라고 합니다.그는 75년 이상 꾸준히 노력하며 투자했으 며 그 일 자체를 즐겼고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은 도덕률로써 추구해야 할 미덕이 아 니라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 양식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스타트업의 화려한 성공 신화, 자산 시장의 호황기 때 일확천금을 번 벼락부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도 그렇게 부자가 되고 싶어합니다.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몇 년 안에 엑싯해 큰돈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빠르게 변화하는 자산시장에서 뒤처진 것 같은 기분까지 느낀다고 합니다.
'저 친구는 이번에 회사를 매각해서 수백억을 벌었는데 난 1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영업이익이 고작 20억원이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던 지인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부자들은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번 부자보다 호황과 불황을 이겨내고 끝내 살아남아 꾸준히 수익을 내 부자가 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사람들은 꾸준히 20년 간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성과를 내 500억을 벌었다 하는 스토리 보다 자산시장 의 격동기 때 큰 레버리지를 써 큰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단기간에 부자가 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일확천금 의 스토리에 투영하는 것이지요.
세상 일은 결코 우리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미래를 예측해서 움직이기란 불가능합니다. 다만 그때 그때 대 응할 뿐이죠.
모건 하우절은 '생존'을 위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안전 지대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합니다.
갑자기 아프거나 재난을 만날 수 있고,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불현듯 찾아올 수 있는게 인생입니다. 그에 따르면 2000~2008년 호황장에 했던 행동 보다 2008~2009년에 했던 행동이 투자의 성패를 가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측이 맞았을 때 얼마를 벌었냐 보다 예측이 틀렸을 때 얼마를 잃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수많은 투자자들의 성공/실패 사례를 보면 (그 리고 저를 포함해 지인들의 사례도 보면) 매우 맞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2020~21년 코로나 19 시절, 웬만한 투자자들은 모두 벌었습니다.
규모의 차이일뿐 이 당시 자산시장에서 무언가를 투자한 사람들 중 돈을 잃은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큰 레버리지를 쓰지 않으면 바보 취급 당하는 시절이었고 서울에 아파트 라도 하나 영해서 사두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처럼 조롱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의 고금리 충격을 겪으며 살아남아 그 부를 계속 유지한 투자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차라리 꿈이 작아 2020~21년에 번수 익을 그대로 현금화 해 부동산이라도 사둔 사람이라면 운 좋게 벌어들인 부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 큰 수익률을 낸 사람이라 면 그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운이 나빠도 계속 게임을 할 수 있는 돈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큰 레버리지도 쓰지 않는 편이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을 높입 니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돈을 벌 확률이 잃을 확률보다 높다고 해서 '파산할 수도 있는 레버리지'를 사용해 베팅을 하는 건 절대로 감수하면 안되는 리스크입니다.
잃을 확률이 적어도 레버리지가 크다면 한 번에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시 게임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훌륭한 투자자(사업가)라면 늘 예비 자금을 마련해두고 있 어야 합니다. 모건 하우절이 저축의 중요성을 여러 번 언급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4). 저축의 미덕 :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독립을 좌우하는 것은 저축률' (347p)
저축한 돈은 내가 투자세계(사업세계)에서 계속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는 총알입니다. 또한 일찍 은퇴하고 싶을 때, 아파서 일을 쉬고 싶 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위기에 빠졌을 때, 차 안에서 통근으로 몇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이것으로부터 자유를 부여해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되어 줍니다.
젊은 나이에 돈을 꽤 잘 버는 친구들의 가장 큰 위험은 계속 그 수입이 보장 또는 늘어날거라고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별 문 제 없이 계속 그 수입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을 때 이미 씀씀이는 커졌고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통장에 남은 돈은 별로 없습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말이죠.
(사실 이런 일은 정도의 차이지 누구나 겪는 문제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호황장 때 투자주로 미술품로 너무 쉽게 꽤 큰)돈 을 벌었고 그것이 계속 이어질거라 생각해 번 돈으로 더 많은 미술품을 매집했습니다. 다행히도 호황장이 끝나기 전 안좋은 낌새들을 감지 해 미술품 자산 포션을 많이 줄였지만 여전히 그때 무지성으로 단순한 낙관주의로 잘 될거라 생각했던 많은 투자자산의 성적표는 좋지 않은 결과로 끝이 났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Totally 벌었다는 것, 전 결국 '토탈리버는 것', 크지 않아도 꾸준히 버는 것에 큰 의미를 둡니 다. 그렇게 자산이 굴러가다 보면 결국 큰돈이 될테니까요. )
사람은 간사한 존재라 소득이 늘어나면 지출 역시 커지게 됩니다. 소득이 적을 때는 필요하지 않았던,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물건 들과 소비 행태들이 우리 뇌에 똬리를 틀고 디폴트 값으로 자리를 잡습니다.이제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물건들과 소비 행태들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그것을 하지 못하면 자신 의 삶에 큰 불운이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잘 나가는 주변인들을 보며 그 괴로움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투자수익률 1%를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합니다. 복리의 마법으로 1년 1%만 수익률이 증가해도 후에 가면 큰 차이가 벌어집니 다. 그러나 더 적은 노력으로 저축액을 늘림으로써 자산의 눈덩이 효과를 2% 이상 늘릴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존감을 높여가는 사람일수록 보여주기식 소비는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여기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게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만족을 위해 명품을 구매한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욕망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면 소비하는 행태도 동조화되기 시작합니다. '보여주기'가 중요한 직업은 그런 소비가 타당한 부 분이 분명 있긴 하겠습니다.
5. 이 책은 위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투자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생각을 들려줍니다. 예측 불가능한 시장/세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 단기 투자자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밸류에이션(장기투자)전략이 먹히지 않는 이유 등 합리와 이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투자 세계의 많은 일화 들을 설득력 있게 들려줍니다.
이 책은 단순한 투자 지침서가 아닙니다. 운이 우리의 부와 성공에 미치는 절대적인 영향, 메타인지에 대한 부분, 돈을 벌었을 때의 마인드 셋, 소비와 저축, 탐욕과 위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를 스타로 만들어준 [사피엔스]가 좋은 책인 이유 는 새로운 사실/연구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있는 연구/사실들을 매력적인 이야기로 포장해 쉽게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전 [돈의] 심리학] 역시 이런 맥락에서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논쟁할 수 있는 주제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고, 제 스스로 반성하게 만드는 챕터들이 여럿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LIFE STY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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